블로그로 돌아가기
회사에서 하는 성격 검사,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
🧠 Psychology

회사에서 하는 성격 검사,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

·공개: ·📖 4 분 읽기

채용에 MBTI 쓰는 건 왜 위험할까. 더 방어 가능한 검사는 뭐고, 팀에서 유형 결과를 사람을 가두지 않고 쓰는 법까지 솔직하게.

면접 마지막에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1차, 2차 다 잘 봤고 거의 합격 분위기였는데, 마지막 면접관이 가볍게 묻더래요. "혹시 MBTI 뭐예요?" 지원자가 "INTP요" 했더니 면접관 표정이 살짝 변하면서 "아, 우리 팀은 좀 사교적인 사람이 필요해서요" 하고 넘어갔대요. 결과는 탈락.

이게 합법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냥 검사 자체로 따져봐도 말이 안 돼요. 그 사람이 일을 잘할지 못할지를 네 글자가 알려준다고요? 사실 그 네 글자는 다음 달에 다시 검사하면 절반 가까이 바뀔 수도 있는 건데요.

그래서 오늘은 좀 정리해보려고 해요. 회사에서 쓰는 성격 검사 중에 뭐가 그나마 근거 있고, 뭐가 그냥 점쟁이 수준인지. 그리고 검사를 안 버리더라도 사람을 망치지 않게 쓰는 법까지요.

MBTI를 채용에 쓰면 안 되는 진짜 이유

MBTI가 재미없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친구랑 "너 완전 ENFP다" 하면서 노는 건 저도 좋아해요. 문제는 이걸 "이 사람을 뽑을까 말까" 같은 진지한 결정에 쓸 때예요.

첫째, 같은 사람이 다시 검사하면 결과가 달라져요. 검사를 두 번 했을 때 같은 유형이 나오는 비율, 이걸 재검사 신뢰도라고 하는데, MBTI는 몇 주만 지나도 네 글자 중 한두 개가 뒤집히는 사람이 흔해요. 컨디션 안 좋은 날, 회사에서 막 깨진 날, 연애 잘 풀리는 날에 따라 답이 달라지거든요. 채용 도구가 측정할 때마다 결과가 출렁이면 그건 자 대신 고무줄로 키 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둘째, 더 결정적인 건데, MBTI 유형으로 "이 사람이 일을 잘할지"를 예측 못 해요. 이걸 예측 타당도라고 불러요. ESTJ라서 매니저를 더 잘하고 INFP라서 디자인을 더 잘한다? 그런 깔끔한 상관관계는 데이터에 안 나와요. 직무 성과는 그 사람의 실제 능력, 경험, 동기, 팀과의 궁합 같은 게 만드는 거지, 외향이냐 내향이냐 글자 하나로 갈리지 않아요.

셋째, MBTI는 사람을 둘로 칼같이 나눠요. 외향 51% 내향 49%인 사람이랑 외향 99%인 사람을 똑같이 "E"로 묶어버리는 거죠. 근데 현실에서 그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요. 경계선에 걸친 사람이 진짜 많은데, 그걸 다 한쪽으로 밀어버리니까 정보가 통째로 날아가요.

그럼 그나마 믿을 만한 건 뭔데요

완벽한 검사는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요. 근데 "덜 엉성한" 것들은 있어요.

심리학 쪽에서 그나마 합의가 된 건 빅파이브예요. 사람의 성격을 다섯 축으로 보는 건데 —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 — 핵심은 사람을 유형으로 가두지 않고 점수로 본다는 거예요. "넌 성실한 사람 / 안 성실한 사람" 이렇게 둘로 나누는 게 아니라 "성실성이 100점 만점에 70점쯤" 이런 식이죠. 이 다섯 개 중에서 특히 성실성은 거의 모든 직무에서 성과랑 꾸준히 연결되는 편이에요. 빅파이브를 비롯한 성격 이론이 궁금하면 심리학 가이드 허브에 좀 더 풀어뒀어요.

그런데 채용에서 성격 검사보다 훨씬 강한 게 따로 있어요. 바로 일을 직접 시켜보는 거예요. 직무 샘플 평가라고 하는데, 개발자한테 실제 코딩 과제를 주거나, 마케터한테 캠페인 기획을 짜보게 하거나, 디자이너한테 가상 브리프로 시안을 만들어보게 하는 거죠. 생각해보면 당연해요. 운전 잘하는 사람 뽑고 싶으면 운전을 시켜봐야지, 성격 검사를 시키면 안 되잖아요.

구조화 면접도 꽤 괜찮아요. 모든 지원자한테 같은 질문을 같은 순서로 묻고, 답을 미리 정해둔 기준으로 채점하는 방식이에요. 면접관 기분 따라 "이 사람 느낌 좋네" 하는 게 들어갈 틈을 줄이는 거죠. 재미는 없어도 공정해요.

"나 J라서 그래"가 위험한 순간

여기서부터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예요. 검사를 채용에 안 쓰더라도, 팀 안에서 잘못 쓰면 그게 더 독이 될 때가 있어요.

제일 흔한 게 유형을 핑계로 쓰는 거예요. 회의 약속을 자꾸 까먹는 동료가 "나 P라서 시간 개념이 좀 없어" 하면서 웃어넘기면, 그 순간 MBTI가 무책임의 면죄부가 돼버려요. 일정 못 지키는 건 성격 유형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안 지킨 거예요. "나 T라서 공감 못 해"도 마찬가지예요. 공감은 글자가 아니라 노력이거든요.

반대로 남을 가두는 데도 쓰여요. "쟤는 I라서 발표 시키지 말자" 이런 거요. 그 사람이 실제로 발표를 잘할 수도, 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네 글자 보고 미리 기회를 빼앗는 거죠. 누군가는 그렇게 조용히 성장 기회를 잃어요.

그럼 팀에서 아예 쓰지 말라는 거냐. 그건 또 아니에요. 잘 쓰는 방법이 있어요.

검사 결과를 "진단"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으로 쓰면 돼요. 예를 들어 팀 워크숍에서 각자 자기 유형 얘기하면서 "나는 피드백을 글로 받으면 더 잘 소화돼", "나는 회의 전에 안건 미리 알아야 마음이 편해" 같은 자기 사용법을 공유하는 거죠. 이건 유형으로 사람을 가두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공통 언어로 쓰는 거예요. 같은 INTJ라도 어떤 사람은 회의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싫어하니까, 결국 중요한 건 글자가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이 말해주는 자기 설명이에요.

핵심은 이거예요. 유형은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봐줘"가 아니라 "나는 이럴 때 더 잘 일해, 그러니까 이렇게 맞춰보자"로 가야 해요. 전자는 면죄부, 후자는 협업이에요.

회사 검사에서 이런 신호 보이면 도망쳐요

실전 체크리스트를 좀 드릴게요. 입사하려는 회사나 다니는 회사가 성격 검사를 이런 식으로 쓰면 빨간불이에요.

검사 점수 하나로 합격 불합격을 가르면 위험해요. 진지한 평가라면 검사는 여러 자료 중 하나여야지, 그걸로 사람을 떨어뜨리면 안 돼요. "점수 미달로 탈락"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이상한 거예요.

검사 회사가 "정확도 99%", "과학적으로 입증된" 같은 말을 남발하면 의심하세요. 진짜 검사 만드는 사람들은 오히려 한계를 솔직하게 말해요. 자신만만하게 완벽하다고 우기는 쪽이 보통 더 허술해요.

결과를 본인한테 안 보여주거나 설명을 안 해주면 문제예요. 나에 대한 검사인데 나는 결과를 모르고 회사만 안다? 그건 평가가 아니라 감시에 가까워요.

같은 검사를 채용, 승진, 해고에 다 갖다 쓰면 그것도 신호예요. 하나의 도구가 모든 결정을 다 해결해준다는 건 보통 그 도구를 너무 믿거나, 결정을 검사 뒤에 숨기려는 거예요.

그리고 좀 미묘한 건데, 검사가 특정 사람들한테 불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어요. 문화나 배경에 따라 같은 질문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거든요. 좋은 회사는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써요.

성격 검사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망치는 건 망치 잘못이 아니라 못 박는 사람 잘못인 것처럼요. 자기를 이해하는 도구로 쓰면 좋고, 사람을 자르는 칼로 쓰면 나빠요. 더 깊은 자기 탐색 글이 궁금하면 블로그에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 쌓여 있어요.

참고로 Selvora의 모든 검사와 이 글은 재미와 자기 성찰을 위한 거예요. 채용, 인사, 법률 판단의 근거로 쓰라는 게 절대 아니에요. 회사에서 진짜 사람을 평가해야 한다면 검증된 도구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여기 있는 건 그냥 나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해주는, 가벼운 거울 정도로 생각하면 딱 좋아요.

함께 보기 좋은 아이템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감정일기

심리 워크북

마음챙김 저널

#성격검사#MBTI#채용#직장심리#빅파이브

관련 글